남쪽에 창문을 내요(김삼용 시인19021951)라는 집을 짓는데 창문은 남쪽에 낸다는 말이 인상적인 시입니다. 남향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도 도시도 거역할 수 없는 이치인 듯합니다. 안방과 거실은 햇볕이 드는 남쪽에, 부엌과 창고는 북, 서쪽에 있는 ‘배치’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공위성도 집 한 채를 지어 우주로 보내는 것과 비슷해요. 골격을 만든 뒤 창문은 어디에 내는지, 각 방은 어떤 가구를 채워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모두 배치설계를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극한우주환경에서 5년 10년 동안 사용하는 인공위성의 내부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위성은 버스와 승객으로 구성된다
인공위성의 본체는 사진의 오른쪽 프레임을 포함해 여러 서브시스템을 버스(BUS)라고 부른다. <사진의 출처=나무위키, NASA> 인공위성의 내부 구조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스와 버스를 타는 승객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인공위성에도 마찬가지로 버스와 승객이 있는데요. 버스는 위성의 본체를 말합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한 모든 시스템 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공위성개발팀도 위성 본체를 버스(Bus)라고 부릅니다. 승객은 위성이며 탑재체(Payload)입니다. 통신·탐사·관측 임무등을 수행하는 중요한 「고객」을 의미합니다. 탑재체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아리랑 3A호라면 광학카메라로, 아리랑 5호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개발진은 길게 ‘서’로 발음합니다). 정지궤도에 올라있는 천리안 2A, 2B호는 각각 기상, 환경/해양 탑재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위성 본체는 상당히 복잡한데요? 버스에도 엔진, 바퀴, 핸들이 있듯이 인공위성 본체에도 다양한 서브 시스템이 있습니다. 인공위성의 기둥인 구조계, 전력원을 공급하는 전력계, 자세와 궤도를 책임지는 자세제어계, 연료와 추력기 등의 추진계, 지상국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원격측정 및 명령계, 위성을 적정온도로 관리해주는 열제어계 등입니다. 이들 구성요소들이 각 방에서 제 역할을 해야만 임무가 완성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은 구조계입니다. 쉽게 말해서 가로 세로 골격을 갖춘 프레임입니다. 그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손님입니다. 어떤 payload를 올리느냐에 따라 구조의 형상이 결정됩니다. 경통이 있는 카메라를 실은 아리랑 위성이 환경 탑재체를 실은 천리안보다 조금 더 긴 것이 이 때문입니다. 또한 페이로드와 각종 서브시스템을 장착면마다 단단히 고정시켜 발사하중과 진동,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위성의 틀 내부는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각종 서브시스템의 배치가 결정된다. <그림의 출처=NPOLavochkin> 고객님 반대편에서 중심을 잡으시는것도
위성의 임무를 수행하는 페이로드는 지구로 향하게 하면 되지만 다른 서브시스템은 개별 역할에 따라 각각 배치 방향이 다르다. 그림 위에서 아리랑 3A호, 천리안 2A호, 아리랑 6호의 상상도 정해진 틀 안의 각 방마다 본체의 각종 서브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탑재체는 다른 사람에게 창문을 내미는 것 만큼 방향성이 명확합니다. 광학 위성은 카메라의 눈이 잡으려고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응시합니다. 천리안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도 기상, 해양 환경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항상 같은 장소에서 지구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리랑 5·6호와 같은 SAR 위성은 조금 다릅니다만. 평판이 좋은 레이더가 지상에 전자기파를 보내 대상지의 전자 반사 특성을 파악합니다. 직접보는게아니라만진다는표현에가까운데요. 그래서 경사각을 주고 땅을 위아래로 찾습니다 방향이 지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내년에 우주로 날아오를 아리랑 6호에는 특별한 임무 안테나가 하나 더 탑재될 겁니다. 배가 보내는 비콘 신호를 포착하는 선박자동식별(AIS) 안테나입니다. SAR는, 배를 찍고, AIS가 배의 위치를 식별해 데이터를 비교하면, 그 배가 해적선인지 아닌지(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조사할 수 있습니다. AIS 안테나도 지구로 향할 것입니다.
이렇게 페이로드의 위치가 정해지면, 그 쪽으로 무게와 중심이 어긋나게 됩니다. 인공위성은 기울어지는 자세를 정말 싫어해요. 자세 제어 알고리즘도 복잡해지는데다, 가능한 한 아껴야 할 연료가 더 많이 소모되거든요. 일단 가장 중요한 손님이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서브시스템이 균형을 잡아 줍니다. 탑재체의 무게를 보상할 수 있는 무거운 부품이 반대편에 배치됩니다. 아리랑 5·6호의 탑재체 SAR는 본체 일면에 긴 평판상으로 부착됩니다. 그래서 반대쪽에 배터리와 탑재 컴퓨터를 올려놓아 균형을 잡았습니다. 이와 달리 광학용 위성은 반사경과 경통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방에 균등하게 서브시스템을 배치합니다. 천리안 위성의 경우 기상·환경 탑재체와 멀리 떨어진 반대편에 발열량이 많은 통신 관련 부품을 장착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자세의 균형을 잡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탑재체에 열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센서는 방향도 배치도 가지각색
태양센서나 별센서 등 각 역할에 따라 다르게 배치된다. <그림 출처= mdpi.com > 여러 서브시스템 중 배치에 가장 민감한 서브시스템은 자세제어계 입니다. 위성 스스로 우주의 어느 좌표에 있는지, 페이로드가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지, 기울지 않았는지, 궤도를 벗어나 있지 않은지 등을 시시각각 정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군요. 이때필요한것이자세제어용센서와구동기입니다. 별 센서, 태양 센서, 관성 센서 등 센서마다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다릅니다. 별 센서는 이름 그대로 별을 추적해야 합니다. 별이 아니라 지구나 태양을 바라보면 제 기능을 할 수가 없어요. 센서에 내장된 ‘카탈로그별’ 밝기 및 위치 정보를 비교 연산하여 자세 정보를 파악합니다. 관성센서 등과는 달리 위치 절대치를 제공합니다. 옛날 항해사들이 북극성을 보고 위치를 계산하던 것과 같은 방법이죠.
방향과 배치에 민감한 센서가 태양 센서인데 태양열의 입사각을 측정합니다.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볼 수 없는 상태인가를 판단해,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얻기 위해서 입사를 민감하게 센싱합니다. 자이로스코프로 대표되는 관성센서는 코마와 비슷한 개념이므로 어떤 위치에 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축(짐발)은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코마가 돌아가면서 변화된 각도량을 알려줍니다. 이 변위각이나 각속도로 자세 제어를 실시합니다. 자세 제어 구동기 중 하나인 반작용 휠은 보통 3개 이상 들어갑니다. 경사각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 서로 가까이 배치함으로써 제어 기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 반작용 휠이 궁금하다면 http://blog.naver.com/karipr/221934365939
반작용 휠(사진 위)과 자이로스코프(아래)는 방향성이나 부착위치와는 무관하게 기능한다. <사진의 출처= gyroscope.com/gyroscope.com > 자기 센서는 다른 서브시스템과 멀리 떨어져 주십시오. 미리 알고 있는 지구 자기장 데이터와 실제로 측정된 지구 자기장 데이터를 비교하여 위성의 자세를 결정합니다. 자력에 민감하기 때문에 혼자 두면 영향 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한 센서가 마그네틱 토커입니다 전력을 다하면 스스로 N, S극을 만듭니다. 인공위성의 3차원 축인 X, Y, Z 축에 하나씩 배치, 지구 자력과 상호작용하면서 약간의 자세보정을 실시합니다. 역시 다른 전장 부품과는 거리를 둬야하지 않겠어요?
그 외에도 360° 전방향 커버릿지를 만들어주는 서브시스템이 있습니다. 지상국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원격 측정 및 명령계(TC&R) 안테나입니다. 지구 측과 반대 측에도 안테나를 하나 더 배치해 자세 제어를 할 수 없는 긴급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추진계 추력기는 궤도 조정을 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위성이 날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장착하여 로켓처럼 반작용 추력을 내게 됩니다. 배출 가스가 태양 전지 패널 등을 쳐서는 안 되는 곳에 두는 것이 중요하네요. 이렇게 필요한 방향과 위치에 정교한 배치 설계를 하면서도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전선(하니스)이 복잡하게 얽히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 넣으면 보물’이라는 속담은 인공위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기획제작 : 항공우주Editor 이종원 내용감수 : 다목적실용위성 6호사업단 문홍열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