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 플럭스 유상운송 서비스 탑승기… “8000원 아깝지 않아”]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 차에 탑승한 모습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자동으로 움직였다. /사진=윤지혜 기자=허허허하고 사람들한테 많이 시달리는데 차 타고 가서라도 조용히 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기택(송강호)은 박 사장(이선균)의 운전사 시험주행 중 이렇게 말하고 내비게이션을 끈다. 3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듯 대화 중에도 자연스럽게 깜박이를 켜고 부드러운 코너링을 선보인다. 박 사장이 들고 있는 커피잔은 흔들림이 없다. 송강호는 쉬워 보여도 이런 게 기본적이면서도(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지난달 29일 제주 중문마을 앞에서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 안에서 이 장면이 떠올랐다. 송강호가 강조한 정숙성과 승차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문관광단지에서 제주공항까지 38km를 1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경쾌한 팝송을 제외하고는 차 안은 조용했다. 택시 안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면 늘 멀미를 하던 기자도 이번에는 편안하게 문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귀에 익은 내비게이션 음성이나 귀를 찌르는 경적은 물론이고 급정거나 급회전도 없었다. 기본적이지만 쉽지 않은 기술을 자율주행차가 보여준 셈이다.
운행 도중 일부 차량이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급격하게 끼어들었다. 자가용이나 택시였다면 격렬하게 경적을 울렸을 텐데 자율주행차는 조용히 속도를 낮출 뿐이었다. 이후에도 다른 차와의 적당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격감을 피해왔다. 자율주행차에 동승한 세이프티 운전자는 측면에서 차량을 인지하고 방향을 예측하기 때문에 인근 차량이 차로를 변경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춘다며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굳이 경적을 울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손 떼면 자동 움직이는 핸들… 끼어들 줄도 아니까 ‘척척’
제주공항에 도착한 라이드프락스의 자율주행차 /사진=기자라이드플랙스는 지난달 15일부터 제주도와 중문관광단지 인근 4개 역(신라호텔롯데호텔제주국제컨벤션센터중문초등학교)을 하루 두 차례 미니밴(크라이슬러퍼시피카)으로 오가는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왕복 76km 구간으로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6곳 중 최장 거리다. 타사의 자율주행차가 도심으로부터 10분 남짓 운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는 신호없이 곧게 뻗은 국도부터 복잡한 도심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을 두루 경험하는 것이
라이드플랙스의 자율주행 차량은 현재 타는 앱으로 1인당 8000원, 최대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다만 무인 단계가 아니어서 안전교육을 받은 안전운전사 2명이 동승한다.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들은 주변 상황을 주시하며 위험 상황에 직접 핸들을 잡는다. 보조석에 앉은 운전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모니터링을 맡는다. 차량에 오르면 자동운전을 시작한다는 안내 음성과 함께 승객석에 설치된 모니터에 자동운전 표시가 뜬다.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양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오른쪽 다리도 악셀에서 뗐다. 이윽고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스스로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다. 최고속도 시속 80km까지 달리다 신호기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감속한다. 이때부터는 차량 상단에 있는 레이더(RADAR), 라이더(LiDAR) 센서와 카메라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한다. 특히 카메라는 신호의 색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지해 운전에 반영한다. 제주도의 차세대 지능교통시스템(C-ITS)으로부터 교통신호를 받는 점도 안전성을 높이는 요소다.어린이보호구역 자율주행 해제 위험징후 발견시 핑퐁경보
자율주행차는 빨간불이 감지되면 감속하고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면 자율주행 기능을 해제했다. /사진=윤지혜 기자의 모든 구간을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노인보호구역이나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6조의2제1항제3호에 따라 자율주행 기능이 해제된다. 교통 약자의 보행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자율주행차는 고정밀도 지도(HD맵)를 기반으로 운행되지만 차로가 새로 만들어지는 등 기존 지도와 도로 상황이 바뀔 경우에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다.
사람의 경험칙이나 노하우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시내 주행 중 1차로보다는 2차로를 타는 것이 유리하거나 도로 측면으로 돌출되는 장애물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한다. 또 운전자가 핸들을 잡으면 수동운전 모드로 전환된다. 자율주행차 중에는 안팎에서 위험징후가 있을 때 징 하는 알람을 울려 운전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는데 이 가운데는 앞 차량의 경로를 잘못 인지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다만 승객들이 불안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주도는 자율주행을 실험하기에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눈 비 안개 등 악천후가 많은 데다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는 렌터카가 많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의 연속인 셈인데 라이드플랙스는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최적이라고 한다. 운전자는 제주도를 테스트베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안전요원이 동승해 안전하게 시험운행을 하지만 다양한 주행환경과 기상환경을 거치면서 데이터를 쌓아 기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2년 뒤 전국 주요 도시 자율주행” 실제 라이드플럭스 투자회사들도 이 같은 기술력에 주목했다. 최근 라이드플랙스는 16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총 누적 투자금액 292억원을 달성했다.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신중한 상황에서도 이뤄낸 성과다. 라이드플럭스 창립 초기부터 투자해온 쏘카 박재욱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제주도는 도로 환경이나 날씨, 신호등 개수 등 복잡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제주도에서 성공하면 도심에서도 해당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라이드플랙스는 이번 투자금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2024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라이드플럭스 박준희 대표는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새롭고 안전한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겠다”며 “차종과 지역을 확대하는 등 자율주행 서비스의 저변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라이드플럭스 유상운송서비스 탑승기…”8000원 아까워” “엉뚱한 사람들한테 시달리는데 차에서도 조용히.’영화’… new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