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주 형]
자동 응답 전화(14)
메시지 (3)
학주오빠_그냥 나가는 거 어디 있어?
학주 오빠_제발 전화 좀 받아. 김여주
학주오빠_걱정이니 제발 메일 확인하는대로 연락주세요.
수없이 많은 관계 정의 가운데 우리 둘은 어떤 관계의 정의일까.[배우 빙의문 l 이학주 빙의문] 관계의 정의 ++ Copyringt 2022@리체 AllRights 자정을 넘기는 시간. 일방적인 외박 통보를 하며 조용하고 조용한 거리였다. 어차피 하루만 외박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짐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곧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클럽을 찾았다. 한편 그렇게 나가버린 여주의 행동에 재욱은 발끈하는 머리를 짚고 당당한 태도와 갑작스러운 신고에 질려 화를 내지 못했고, 그 옆에 있던 학주도 재욱과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에 나가버린 여주가 걱정돼 미칠 것만 같았다. 전화? 메일? 당연히 해보았지만 전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학주는 서둘러 상의를 들고 현관을 나섰다. 한편 이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여주는 친구와 그저 음악에 몸을 맡겼다. 크게 울리는 클럽 음악에 머릿속까지 뒤흔들었고, 그 순간만큼 학주 오빠를 잊었고, 친구들도 그랬다.
너무 신나게 몸을 흔든 탓인지 몸에 무리가 오자 나는 무대에 친구를 두고 좌석에 착석했다. 그리고 착석 후에 핸드폰 화면을 보시면
학주씨로부터 14통의 전화 3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신기한 듯 휴대전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 순간,
“….”
학주 씨는 말도 표정도 없이 서 있었다. 어둡고 많은 인파로 분주한 클럽 안에서 정확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날카로운 눈빛과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고 클럽 안을 채우는 음악 소리처럼 심장도 크게 요동쳤다.
나와 학주 씨는 계속 시선을 맞췄고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 찰 뿐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학주 씨는 곧장 내게 다가온다.
” 가자, 김여주.
시끄러운 음악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학주의 낮은 목소리는 정확히 들려왔다. 그리고 신중한 손놀림으로 내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새벽 밤 공기가 내 두 뺨을 스쳤다. 학주 형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클럽 밖으로 끌려나갔다. 나를 거절해놓고 왜 자꾸 신경 쓰는 학주 씨의 모습에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 너 – 진짜 하…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고 외박 통보하는 것도 모자라 클럽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분노를 참고 있는 듯한 이학주가 입을 열었다.
” 오빠가 내 남자친구야? 내 남편이야? 날 왜 찾아?”
“ …. ”
학주 씨의 말에 대답했다. 이제 와서 왜 그래, 학주 씨.
” 왜 이렇게까지 행동해? 오빠가 이럴수록 난 혼란스럽고 미치겠는데.
“ ….. ”
내 말을 들은 학주 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고, 나는 등을 돌리고 걸어가면 그냥 아무 말 없이 그 뒤를 조용히 따라오는 학주 씨였다. 걷는 동안 내가 미련이 큰 건지 아니면 제멋대로 굴었는지 한참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치 자포자기로 스스로 무너진 사람처럼 말이다.
이후 조용히 따라오던 학주는 여주의 모습을 보고 한 걸음 달려와 여주의 곁으로 다가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주의 모습에 당황한 학주였다.
” 여주.
” 진짜 이학주 너 미워. 아니 죽을 만큼 미워 죽겠어.
처음 여주는 학주에게 형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아마 토네이도의 감정을 오랫동안 참고 있다가 마침내 폭발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학주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다.
여주의 모습을 보고 여주 쪽으로 몸을 더 가까이 다가가며 뭔가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학주는 멈춰 섰다.
” …너…하…아니야…밤 공기가 너무 차가워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집에 가자, 여주야.
받치면서 입었던 웃옷을 벗어 입히며 학주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면서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학주가 이끄는 대로 그냥 말없이 따라가는 여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