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별을안본다_문학동네_심채경작가

재미있는 에세이를 찾았어.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

웃겨서 꼭꼭 씹어서 읽었어. 지난달 읽고 혼자 보내는 주말의 여유를 느끼며 두 번 읽었다.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위트.나는 이런 종류의 유머를 좋아한다.나를 조금 웃기는 이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작가가 직접 만들었나?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은 작가가 지었다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재치있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뼈가 아플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고개를 들어 웃기는 글이었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이 천문학자라니! 그냥 작가가 돼도 될 것 같아.물론 저자가 천문학자라는 점에 이끌려 ‘그런 사람이 한국에도 실재하긴 있구나!’라는 느낌으로 고른 책이었다. 남이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요즘 내가 가장 즐겨 읽게 되는 책이 이런 종류의 것이다.때로는 독특한 직업에 이끌려 선택했는데 이게 정말 출간한 책인가 싶듯이 글이 엉망인 책을 만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듣기만 하던 직업인의 삶을 이야기로 만나는 것은 즐겁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천문학을 선택한 우연 같은 이야기를 펼치지만, 나는 그녀의 삶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나로서는 우연보다는 ‘운명’처럼 보이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문장이 책 속에서 어간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이 좋더라. 남들이 보기에 저게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 신나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을 바꾸는 영향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프롤로그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

그녀가 반해버린 것 같은 사람들. 그녀는 그녀를 좋아했던 그런 사람이 되었을까?칠판에 별을 그리며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일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에세이인데 목차가 너무… 이과적이네.하하하. 로맨틱 프롤로그를 쓰면서 1부가 ‘대학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다.왠지 모르게 책을 들고 멍하니 웃다가 옆구리를 찔린 것 같았다. 이…박사님이 에세이에서 플롯을 잘 짰네!!!

총 4개 파트에서 1부는 대학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 2부는 이과형 인간입니다, 3부는 매우 짧은 천문학 수업, 4부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로 짧은 글이 나뉘어 있다. 어떻게 묶였는지 대충 알 것 같아.천문학자가 자신의 삶을 꺼내 요약했을 텐데 왠지 과학자들이 출연하는 SF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보는 듯하다.

29개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실록 베리에이션과 최고의 우주비행사, 그리고 창백한 푸른 점이다.

실록 베리에이션’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이런 강좌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우주의 이해라는 과목명은 듣기만 해도 설레고.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도 교양과목으로 이런 강의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있었더라도 선택하고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문대와 자연대가 서울과 수원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수원캠퍼스에 가서야 들을 수 있는 이른바 자연계 수업은 자연스럽게 수강신청 바구니에 넣은 적이 없다.학부생들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지구 기후변화 기록을 찾아 비교해 소논문을 썼다는 게 신선했다. 이과생들은 다 이런 능력자들인가? 어떻게 같은 걸 봐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확장할 수 있지?! 나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조선 왕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왕이 이제 남아 있을까?) 왕을 한 명 뽑아 그에 대한 역사를 기반으로 한 퓨전 사극의 스토리를 상상했을 텐데. 그녀는 이미 이때부터 박사가 될 자격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그녀가 조선왕조실록에서 기후에 관한 기록을 찾았다는 부분에서 아주 잠깐 “내가 본 조선왕조실록이 뭐였지?” “나는 그런 걸 본 기억이 없는데!”라며 조선왕조실록을 통독했다는 착각에 몸부림쳤다. 나는 다만 조금 두꺼운 한 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초초초초초요약본을 봤다는 것을 천천히 깨달았다. 제대로 보려면 그녀처럼 원본을 봐야 하나?

<최고의 우주비행사>를 보면서 의외의 사실에 놀라 또 놀랐다.이소연은 원래 예비우주인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우주를 비행하는 사람으로 정해진 사람은 체격도 좋고 매우 용맹해 보여 나중에 우주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해도 좋을 것 같은 남자 다카야마였다. 한국에서 손가락 몇 개에 드는 대학과 직장을 다닌 수재에다 아마추어 복싱선수였을 정도로 체력도 좋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으로 뽑혔다. 그 옆에 여성 후보가 함께 있는 것은 국민의 눈에는 정말 좋았다. 우주비행사 선발 과정이 남녀차별 없이 공정하고, 그것이 달라진 한국 사회를 반영한다는 인상을 줬다. 비행을 앞두고 갑자기 우주비행사가 바뀔 때까지는.우주인이 사용할 물건은 이미 화물로 보내진 뒤였다고 한다. 이소연은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18가지 실험을 수행했고,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실험에 대해서는 며칠 동안 고민했다. 러시아 측이 실험이 너무 많으니 줄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런 일을 신인 우주인이 이룬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소리 높여 칭찬해 주지 않았다.

… 이소연이 탄 귀환 캡슐은 궤도를 이탈해 화염에 휩싸이는 바람에 통신조차 끊긴 채 거의 수직으로 카자흐스탄 평원에 매립됐다. 당황한 그곳 주민들의 도움으로 귀환캡슐에서 탈출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동료와 의지해 목숨을 유지해야 했던 극적인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도 지겹도록 재생산되는 대신 아무도 넘기지 않는 책장처럼 혼자 바랄 뿐이었다.<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에서 우주인 이소연 씨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게 뉴스를 통해 접한 것이었다. 사실 그녀가 유학길에 대해 ‘먹튀’ 비난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지? 아마 뉴스가 의도한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중에 크게 잘린 채 갖고 있는 정보로 나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쉽게 판단하고 말았다.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이 이 책의 상당히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남성 천문학자였다면 몰랐던 과학계의 성차별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그것은 세상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아마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창백한 푸른 점>을 읽으며 보이저호의 탐사 활동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지구에서 미션을 수행한 후 그가 간 길에 대해서. 단지 사진을 찍고 전송하는 임무를 맡은 기계 덩어리였지만 왠지 생명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 것은 저자가 정성껏 이 글을 썼기 때문인 것 같다.

보이저 1호의 마지막 관측 대상이 타이탄이었던 것은 아니다. 목표로 삼은 모든 천체를 방문한 뒤 정처없는 길을 떠나면서 보이저는 고개를 돌려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건 위험한 일이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보이저의 눈에는 지구 바로 근처에 태양이 있었다. 지구의 사진을 찍으려다 실수로 카메라 시야에 태양이 들어오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구와 교신하는 안테나는 탐사선 뒤쪽에 붙어 있어 뒤를 돌아보는 동안에는 안테나가 지구 정반대편으로 향하기 때문에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지구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보이저를 영원히 잃게 된다. 캐롤라인 포코와 칼 세이건이 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을 때 미 항공우주국의 결정권자와 보이저 담당 엔지니어들은 고개를 저었다. 모두를 설득하기까지 7~8년이 흘렀고, 그 사이 보이저와 지구 사이의 거리를 점점 넓혔다. 급기야 보이저의 과학 탐사가 끝난 뒤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수능이 허용됐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 건져 올린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중 보이저호가 1호와 2호인 것도 처음 알았고, 1호가 이름과 달리 더 늦게 출발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그런데 탐사선의 드라마틱한 지구촬영기가 왠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진 것은 이제 더 이상 주어진 탐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벼워진 만큼 어딘가 쓸쓸한 그의 자유유영이 쓸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애초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아닐 텐데.

어떻게 보면 잔잔한 천문학자의 매일은 조용히 나의 하루에 물결을 일으켰다.

검은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처럼 그 자리를 지키는 그녀를 계속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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