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돼 쇼케이스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올 겨울 정식으로 올라온 뮤지컬 ‘웨딩플레이어’.
#뮤지컬웨딩플레이어 #웨딩플레이어 #정연 #유지원
결혼식 피아노 반주자인 지원이는 개인 사정으로 내일 예정된 결혼식 반주의 대타를 서둘러 찾아 대학 동창으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는 피아노 전공 고교생을 소개받고 늦은 저녁 영상통화를 하게 된다.
결혼식 반주라는 게 별거 아니다, 여러 상황에서 여러 곡을 연주하면 된다, 결혼식 반주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무대 공포증도 있다는 학생을 빠르게 달래며 통화를 하는데 아마 긴장한 듯한 학생들을 위해 결혼식에서 사용되는 곡뿐만 아니라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의 스몰 토크도 재미있게 곁들인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 역시 이 극과 지원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그녀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귀를 기울이며 궁금한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 양가 어머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촉을 켤 때 주로 연주하는 브람스의 왈츠곡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그런데 결혼식장에서 브람스를 연주하는 것은 좀 재미없나요?재밌잖아…재밌어요. 이거 너무 재밌어.슈만 아시죠?작곡가 슈만이 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브람스를 극찬한 적이 있습니다.이후 브람스가 슈만을 스승처럼 극진히 섬기게 되는데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하게 됩니다.심지어 슈만이 죽은 후에도 평생 클라라를 짝사랑하고 독신으로 늙어 죽었습니다.근데 이런 사람 곡을 결혼식장에서 연주하는 거야! 브람스( だけ ブラ が 知)가 알면 얼마나 재밌어!?독신귀신을 원망해 주는 것도 아니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그렇지 않나요?!그렇게 피아노 곡을 설명하던 중 아버지가 보내주신 택배가 도착한다. 냉동식품을 자주 보내주시더라고요. 바로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야 해서요. 잠깐만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택배박스를 열어보는데… 예상과 달리 그 속에는 음식이 아닌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지원이의 과거가 가득 담겨 있다.
“하… 버려…” 아무튼 어른들은 아무것도 버릴 수 없어”
아버지가 시골로 돌아가기 전 집을 정리하고 지원이의 과거 기록, 대부분 피아노로 점철된 추억의 물건들을 보내준 것이다.바이엘, ‘엘리제를 위하여’가 있는 피아노 소곡집, 필기가 가득한 레슨 악보, 예중예고 수험표 등
옛 물건을 꺼내 자연스레 잊고 있던 기억도 꺼내게 되고 어느새 결혼식 연주에 대한 생각은 잊은 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하나둘 솔직하게 풀어낸다.
처음 피아노를 치게 된 계기, 순수하게 피아노를 사랑하고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 지원에게 비싼 그랜드 피아노를 사기 위해 아버지가 아끼는 독일산 전축을 팔게 된 이유,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매 순간 느꼈던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 예고 시절 콩쿠르에서 스트레스로 도망친 것, 만성 손목 인대 부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좌절 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영상통화 상대가 된 것처럼 무대 위의 배우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된다.그리고 잠시 함께 웃고 울다가 ‘자, 이제 내일 반주를 피하려는 이유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을 무렵 드디어 그 이유가 튀어나온다.
이야기 도중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던 지원이의 카카오톡 알람소리.이렇게 밤늦게까지 연락을 계속하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예민한 건 이해하지만 이 시간에 결혼식 반주자에게 계속 연락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요?곧 내일 결혼식이 취소된다는 얘기 아닌가요?나는 밤늦게 언제든지 연락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하고 다분히 신경질적인 반응과 함께 카카오톡을 읽지 않고 무시하다가 급기야 그 예의 없는 신부가 심야에 전화까지 한 것이다.
카카오톡을 보내도 읽히지 않아서요. 아까 오후에 초대장 보낸 거 도착했죠?축가는 약속으로 불러주시는 거죠? 축가 앞에 댓글도 달아주세요.신랑 윤봉석 신부 조모 씨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블라블라~”
맞아 시놉시스만 읽어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그 이유.4년 전 지원이와 이혼한 전 약혼자 윤봉.저녁 내일 들어온 피아노 반주가 그 사람의 결혼식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프로페셔널 웨딩플레이어가 전날 일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너무나 예상이 가능했다. 아… 옛날 애인 결혼식인 줄 알고.그러나 이를 통해 하루아침에 지원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결코 분명치 않다.
저 진짜 좋았거든요. 정말 다행이야.정말 괜찮으시다면 제가 대타도 구하지 않았을 거예요.아니 마스크 쓰고 가서 좀 하고 와! 이건 일이야, 일. 일이니까 해야지. 해야 돼요.가서 하면 되는데 그게 너무 하기 싫더라고요.나는 그곳이 너무 가고 싶지 않아요.이건 어떤 기분일까? 왜 그럴까?4년 된 거예요.내가 미련이 남아서?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러지?내일 우리 둘 다 펑크내지 말자?그건 그렇고 싸구려 음원이잖아. 결혼식이 뒤집히거나 없어지는 건 아니죠!아니, 우리 망칠까? 가서 정말 연주회를 하게 되는 거야.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저주의 음악, 5분만 들어도 우울증에 걸린다는 음악을 연주해.과거 제대로 헤어지지 못하고 받은 상처를 시간으로 덮는 바람에 이제야 제대로 마음 정리를 하게 된 지원은 그동안 과거의 사랑을 원망과 슬픔으로만 바라보다가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짝반짝 빛나고 특별했던 순간들이 많고, 그 덕분에 행복했음을 깨닫는다.집에 와서 이 사람 글씨로 다시 쓴 레슨 노트를 읽어보니 가슴 한구석이 쭈뼛쭈뼛…했어요.저한테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항상 보고 있는 것, 항상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 하지만 이 사람 글씨로 보니까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악보에 내가 지나간 내 시간이 꽉 차 있는 게 보였어.그리고 이 시간들을 제가 다시 믿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게 이 팔도 살자는 거지 살려고 아픈 거야 나 좀 봐달라고 좀 쉬라고.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비록 ‘돈, 혼수, 예비 시어머니 의사 아들을 둔 유세’라는 속물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됐지만 인생의 전부인 피아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 벗어날 힘을 주었고, 내가 쌓아온 시간의 소중함과 힘을 믿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어쩌면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나는 지금보다는 좋은 유지원이길 바랐던 것 같아요. 못생겼어, 진짜. 그걸 이제 깨달았네. 그 사람 결혼식 덕분에.마지막 순간 그 사람의 잘못은 명백하지만(봉석이 짙고 비겁하고 나쁜 색의 힘) 졸업연주회 전날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았고, 그 충격으로 졸업연주회까지 망친 건 결국 나였으니, 나를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사적인 감정에 흔들리며 중요한 연주를 멈추고 도망치기로 결정한 건 그 순간의 나였기 때문이다.(물론 그래도 봉석의 색깔이 나쁜 색은 변하지 않는다. 아주 나쁜 색의 힘 엑셀 귀신처럼) 무엇보다 이 모든 시간 동안엔 늘 피아노 치는 지원을 응원하고 격려해 준 아버지가 있었다.지원아 피아노 치는 너의 모습은 정말 빛난다. 너 진짜 빛난다.파혼당해 졸업 연주회까지 망친 뒤 은둔자가 된 지원을 세상으로 이끌어낸 것도 아버지. 사촌 결혼식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려고, 뭘 하든 피아노를 치자고 지원을 지지해 주신 분.웨딩플레이어로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 주신 분.
피아노를 두고 있는 지원에게 치려고 꽃화분을 건네며 지원아, 얘 이름 치자, 치자. 치자~ 언니한테 피아노 치자~ 그래.지원아 피아노 치자~ 치자~ 이쁜 아빠.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좋지만 살아있는 동안 지원이가 웃고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멋진 아빠.피아노 너의 모습은 정말 예뻤지만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어.이 피아노 소리에 행복한 사람들 덕분에 네가 살아서 계속 웃겠다.행복을 주고 행복을 얻겠지, 살면서 계속 웃을 거야.웃으러 가자, 또 웃으러 가자. 축복하는 마음에 행복이 온대.
너 처음에 피아노 친다고 했을 때 아빠 부담스러웠던 거 알지?그때는 그거 하나만 생각했어. 네가 웃는 것, 네가 웃는 것.웃으러 가자, 또 웃으러 가자.전공을 하고 경쟁을 하면서 마주한 높은 현실의 벽으로 잊고 있었던 피아노 치는 행복에 대해 다시 깨닫는 지원이의 모습을 보니 그렇지.다들 저렇게 살아가는 거야, 저렇게 하나씩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울러 “생각보다 나는 감사할 것이 많은 사람이며 어디서나 감사할 것은 있고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사할 것은 찾을 수 있다”는 최근 개인적으로 자주 생각하는 명제와 극의 메시지가 와 있어 지원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고 메시지도 좋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대사, 음악, 연출까지 다 좋은데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안 봐서 내가 다 슬펐다.좋은 작품이니 재연으로 꼭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결혼식 피아노 반주자인 지원이는 개인 사정으로 내일 예정된 결혼식 반주의 대타를 서둘러 찾아 대학 동창으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는 피아노 전공 고교생을 소개받고 늦은 저녁 영상통화를 하게 된다.
결혼식 반주라는 게 별거 아니다, 여러 상황에서 여러 곡을 연주하면 된다, 결혼식 반주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무대 공포증도 있다는 학생을 빠르게 달래며 통화를 하는데 아마 긴장한 듯한 학생들을 위해 결혼식에서 사용되는 곡뿐만 아니라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의 스몰 토크도 재미있게 곁들인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 역시 이 극과 지원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그녀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귀를 기울이며 궁금한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 양가 어머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촉을 켤 때 주로 연주하는 브람스의 왈츠곡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그런데 결혼식장에서 브람스를 연주하는 것은 좀 재미없나요?재밌잖아…재밌어요. 이거 너무 재밌어.슈만 아시죠?작곡가 슈만이 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브람스를 극찬한 적이 있습니다.이후 브람스가 슈만을 스승처럼 극진히 섬기게 되는데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하게 됩니다.심지어 슈만이 죽은 후에도 평생 클라라를 짝사랑하고 독신으로 늙어 죽었습니다.근데 이런 사람 곡을 결혼식장에서 연주하는 거야! 브람스( だけ ブラ が 知)가 알면 얼마나 재밌어!?독신귀신을 원망해 주는 것도 아니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그렇지 않나요?!그렇게 피아노 곡을 설명하던 중 아버지가 보내주신 택배가 도착한다. 냉동식품을 자주 보내주시더라고요. 바로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야 해서요. 잠깐만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택배박스를 열어보는데… 예상과 달리 그 속에는 음식이 아닌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지원이의 과거가 가득 담겨 있다.
“하… 버려…” 아무튼 어른들은 아무것도 버릴 수 없어”
아버지가 시골로 돌아가기 전 집을 정리하고 지원이의 과거 기록, 대부분 피아노로 점철된 추억의 물건들을 보내준 것이다.바이엘, ‘엘리제를 위하여’가 있는 피아노 소곡집, 필기가 가득한 레슨 악보, 예중예고 수험표 등
옛 물건을 꺼내 자연스레 잊고 있던 기억도 꺼내게 되고 어느새 결혼식 연주에 대한 생각은 잊은 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하나둘 솔직하게 풀어낸다.
처음 피아노를 치게 된 계기, 순수하게 피아노를 사랑하고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 지원에게 비싼 그랜드 피아노를 사기 위해 아버지가 아끼는 독일산 전축을 팔게 된 이유,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매 순간 느꼈던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 예고 시절 콩쿠르에서 스트레스로 도망친 것, 만성 손목 인대 부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좌절 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영상통화 상대가 된 것처럼 무대 위의 배우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된다.그리고 잠시 함께 웃고 울다가 ‘자, 이제 내일 반주를 피하려는 이유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을 무렵 드디어 그 이유가 튀어나온다.
이야기 도중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던 지원이의 카카오톡 알람소리.이렇게 밤늦게까지 연락을 계속하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예민한 건 이해하지만 이 시간에 결혼식 반주자에게 계속 연락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요?곧 내일 결혼식이 취소된다는 얘기 아닌가요?나는 밤늦게 언제든지 연락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하고 다분히 신경질적인 반응과 함께 카카오톡을 읽지 않고 무시하다가 급기야 그 예의 없는 신부가 심야에 전화까지 한 것이다.
카카오톡을 보내도 읽히지 않아서요. 아까 오후에 초대장 보낸 거 도착했죠?축가는 약속으로 불러주시는 거죠? 축가 앞에 댓글도 달아주세요.신랑 윤봉석 신부 조모 씨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블라블라~”
맞아 시놉시스만 읽어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그 이유.4년 전 지원이와 이혼한 전 약혼자 윤봉.저녁 내일 들어온 피아노 반주가 그 사람의 결혼식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프로페셔널 웨딩플레이어가 전날 일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너무나 예상이 가능했다. 아… 옛날 애인 결혼식인 줄 알고.그러나 이를 통해 하루아침에 지원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결코 분명치 않다.
저 진짜 좋았거든요. 정말 다행이야.정말 괜찮으시다면 제가 대타도 구하지 않았을 거예요.아니 마스크 쓰고 가서 좀 하고 와! 이건 일이야, 일. 일이니까 해야지. 해야 돼요.가서 하면 되는데 그게 너무 하기 싫더라고요.나는 그곳이 너무 가고 싶지 않아요.이건 어떤 기분일까? 왜 그럴까?4년 된 거예요.내가 미련이 남아서?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러지?내일 우리 둘 다 펑크내지 말자?그건 그렇고 싸구려 음원이잖아. 결혼식이 뒤집히거나 없어지는 건 아니죠!아니, 우리 망칠까? 가서 정말 연주회를 하게 되는 거야.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저주의 음악, 5분만 들어도 우울증에 걸린다는 음악을 연주해.과거 제대로 헤어지지 못하고 받은 상처를 시간으로 덮는 바람에 이제야 제대로 마음 정리를 하게 된 지원은 그동안 과거의 사랑을 원망과 슬픔으로만 바라보다가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짝반짝 빛나고 특별했던 순간들이 많고, 그 덕분에 행복했음을 깨닫는다.집에 와서 이 사람 글씨로 다시 쓴 레슨 노트를 읽어보니 가슴 한구석이 쭈뼛쭈뼛…했어요.저한테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항상 보고 있는 것, 항상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 하지만 이 사람 글씨로 보니까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악보에 내가 지나간 내 시간이 꽉 차 있는 게 보였어.그리고 이 시간들을 제가 다시 믿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게 이 팔도 살자는 거지 살려고 아픈 거야 나 좀 봐달라고 좀 쉬라고.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비록 ‘돈, 혼수, 예비 시어머니 의사 아들을 둔 유세’라는 속물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됐지만 인생의 전부인 피아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 벗어날 힘을 주었고, 내가 쌓아온 시간의 소중함과 힘을 믿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어쩌면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나는 지금보다는 좋은 유지원이길 바랐던 것 같아요. 못생겼어, 진짜. 그걸 이제 깨달았네. 그 사람 결혼식 덕분에.마지막 순간 그 사람의 잘못은 명백하지만(봉석이 짙고 비겁하고 나쁜 색의 힘) 졸업연주회 전날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았고, 그 충격으로 졸업연주회까지 망친 건 결국 나였으니, 나를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사적인 감정에 흔들리며 중요한 연주를 멈추고 도망치기로 결정한 건 그 순간의 나였기 때문이다.(물론 그래도 봉석의 색깔이 나쁜 색은 변하지 않는다. 아주 나쁜 색의 힘 엑셀 귀신처럼) 무엇보다 이 모든 시간 동안엔 늘 피아노 치는 지원을 응원하고 격려해 준 아버지가 있었다.지원아 피아노 치는 너의 모습은 정말 빛난다. 너 진짜 빛난다.파혼당해 졸업 연주회까지 망친 뒤 은둔자가 된 지원을 세상으로 이끌어낸 것도 아버지. 사촌 결혼식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려고, 뭘 하든 피아노를 치자고 지원을 지지해 주신 분.웨딩플레이어로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 주신 분.
피아노를 두고 있는 지원에게 치려고 꽃화분을 건네며 지원아, 얘 이름 치자, 치자. 치자~ 언니한테 피아노 치자~ 그래.지원아 피아노 치자~ 치자~ 이쁜 아빠.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좋지만 살아있는 동안 지원이가 웃고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멋진 아빠.피아노 너의 모습은 정말 예뻤지만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어.이 피아노 소리에 행복한 사람들 덕분에 네가 살아서 계속 웃겠다.행복을 주고 행복을 얻겠지, 살면서 계속 웃을 거야.웃으러 가자, 또 웃으러 가자. 축복하는 마음에 행복이 온대.
너 처음에 피아노 친다고 했을 때 아빠 부담스러웠던 거 알지?그때는 그거 하나만 생각했어. 네가 웃는 것, 네가 웃는 것.웃으러 가자, 또 웃으러 가자.전공을 하고 경쟁을 하면서 마주한 높은 현실의 벽으로 잊고 있었던 피아노 치는 행복에 대해 다시 깨닫는 지원이의 모습을 보니 그렇지.다들 저렇게 살아가는 거야, 저렇게 하나씩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울러 “생각보다 나는 감사할 것이 많은 사람이며 어디서나 감사할 것은 있고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사할 것은 찾을 수 있다”는 최근 개인적으로 자주 생각하는 명제와 극의 메시지가 와 있어 지원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고 메시지도 좋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대사, 음악, 연출까지 다 좋은데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안 봐서 내가 다 슬펐다.좋은 작품이니 재연으로 꼭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 정연이 진짜 사랑해. 진심으로 사랑한다.이 배우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와 파워, 차갑고 무대를 장악하는 미친 연기력도 사랑한다.
지원이였는데 마피아 교수도 됐지만 봉석이도 됐고 아버지도 돼 혼자 하는 원맨쇼에 어느새 덜컹거리는 연기를 하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10월 20일 처음 봤을 때부터 이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했는데 12월 24일에 보니까 그 두 달 동안 더 많은 걸 ‘지원’이라는 인물에 더해놨어.
다음 작품도 꼭 보러갈게.(하트)
티켓이랑 재관람 카드도 예쁘지 않나요?
바탕골 소극장은 처음 가는 극장이었지만 단차는 나쁘지 않았다. 저 정도면 양반이야. 00 # 베이스골 소극장 턱
커튼콜 촬영이 가능했는데 이 구역의 기립박수무당은 첫 공연 때는 기립박수를 치느라 바빠서 찍지 못했고 공연이 끝난 후 빈 무대만 두 컷 찍고 나와서
정연, 유지원 최고 두 번째도 박수 치느라 바빴지만 마지막 피아노 앞 인사는 겨우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