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숭이 돌고래 바나나, 이 세 가지를 두 개씩 묶으면 세 가지 조합이 있다
원숭이 돌고래/돌고래 바나나/원숭이 바나나/
이 분류 중에서 어떤 조합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목적 없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중국인일 것”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 한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내게 한 말이었다. 나는 이 말에 크게 동감했다. 사실 특별한 모임 약속이 없을 때는 개인적으로 활동했던 서양 친구들과 달리 중국 친구들과는 일단 모여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혼자 있기를 꺼리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 친구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 국가는 무리를 짓는 것, 그래서 대부분 개인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원숭이와 바나나를 하나로 묶은 것도 그동안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동양인에 내가 속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서양은 관계성보다는 개체성을 더 중요시하는데, 그래서 서양권 사람들은 원숭이와 돌고래를 ‘동물’이라는 확실한 한 개체로 묶어서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숭이와 바나나를 선택하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 동양인의 생각은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동양의 사고방식이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자신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고려하고 그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하는 사람을 한국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대부분 그를 멀리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 거리감을 느끼는 동양인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눈치 볼 수 없다, 이 말의 영어 표현을 금방 떠올릴 수 있는가? 하지만 특별히 분위기를 읽을 수 없다는 것에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서양에서는 그 단어의 가치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명확하게 낮다. 이런 동양인의 관계를 향한 집착은 답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서양은 확실히 자기중심적인 대답을 하는 반면 동양은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고려해 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팝송을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식의 질문이 주어졌을 때 서양은 “네, 좋아해요”라고 대답해야 옳은 답이 된다. 자신의 입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대답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양에서는 ‘아니요, 좋아해요’가 올바른 답이 되는데, 이는 질문자를 고려한 답인 ‘아니요’ 이후 자신의 생각인 ‘좋아해요’가 나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동양의 문화에서 나오는 답이다. 질문자는 질문을 받는 사람의 확실한 의견을 원하는 사람이다. 이를 고려할 때 동양인의 특징인 돌려막기는 비교적 갑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돌려막기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의견을 분명히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지 내 의견에 대한 반론을 두려워하는 데서 나온 답변이 바로 돌려막기다.다행히 서양과 동양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동양에서도 돌려막기 같은 자신들의 말투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명 ‘사이다 발언’을 하는 유명인사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봤을 때 한국 청년들의 견해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출하기를 바라며 자연스럽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기관이 막혀 있어 이를 뚫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인칭 시점에서 정말 자신의 의견은 어떤지 스스로 바라보고 질문하고 사이다처럼 자신의 생각을 소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말을 계속 들어보면 말꼬리를 흐리게 하는 특징이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내세우지 못하고 주변 분위기에 휘말린 성격으로 인해 정작 사회에 나가 자신의 의견이 필요할 때는 확실한 글로 끝내지 못하고 끝을 흐리며 마무리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개인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대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것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해도 상관없다. 다만 내키지 않은 채 떠내려가는 파도에 깊숙이 담근 발을 이제는 빼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뜻을 가진 혼밥이란 단어는 한국만의 독특한 사회적 용어다. 한 칼럼니스트가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사회적 자폐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주어진 세 가지 표시부터 곧바로 원숭이와 바나나의 관계성에 집중하듯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며 그와 주변 사람의 관계까지 생각하고 친구가 없느냐는 비난적인 시선 또는 눈치를 보며 사회적 자폐라는 병명까지 붙이며 환자로 몰아가는 참견이다. 이 관계성을 향한 집착으로 똘똘 뭉쳐 뒤처지는 동양의 시각 속에서 이제는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는 과연 생각의 중심이 절대적으로 나라는 존재인지, 여전히 타인의 관계와 시선에 신경 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살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