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란 일반적인 인간에 비해 지극히 뛰어난 정신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뜻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아이작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등 우리는 다양한 분야 속 천재들의 업적을 들었지만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천재들의 삶은 어떨까. 존재성이 심상치 않은 만큼 이들의 삶도 거의 평탄치 않다.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 특이한 괴짜로 불리기도 하고 어딘가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한다. 훌륭한 배우들은 천재적인 연기를 통해 그 까다로운 삶을 연기한다. 1870년대 불운의 천재 시인부터 현대의 탈북 천재 수학자까지. 천재 캐릭터를 연기한 천재 배우들의 활약을 보자.
〈토탈 이클립스〉(1995)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아르튀르 람보 역)
이미지: 캐피톨 필름 1870년대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람보와 폴 베를렌느의 파격적인 관계를 다룬 토탈 이클립스. 천재적인 재능과 혁명가적 기질을 지닌 람보는 10대의 나이에 문학시에 오래 남을 걸작을 써내려갔고 이후 프랑스 현대시 구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람보가 됐다. 예술과 사랑에 매료된 천재 시인 혹은 불안과 결핍으로 물든 소년을 연기하고, 이를 통해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는다. 스물한 살 디카프리오의 빛나는 미모가 먼저 시선을 끌지만 천재성과 광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한 연기력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세월에 따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디카프리오의 미소년 시절을 꼭 만나보자. ‘리즈 시대는 바로 이런 것’임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굿 윌 헌팅〉(1997) / 맷 데이먼(윌 헌팅 역)
이미지: 로렌스 벤더 천재적인 기억력과 수리 능력을 갖춘 청년이 깊고 어두운 상처를 마주하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굿윌 헌팅. 맷 데이먼은 수학 역사 법률 예술까지 통달한 천재지만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MIT 청소부로 일하는 불우한 청년 윌을 연기했다. 재능을 낭비하고 자신을 파괴한 청년이 성장하는 과정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다는 맷 데이먼은 절친 벤 에프렉과 함께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미 이 자체가 영화계의 천재가 된) 극중 등장하는 스승의 소박하고 진심 어린 교육 방식은 본인이 직접 보고 자란 이웃의 모습을 녹인 것으로 그 진정성이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작품 속 할리우드 엄진아의 천재 연기가 궁금하다면 감상해보자.〈모조 게임〉(2014) / 베네딕트 컴버배치(앨런 튜링 역)
이미지: 블랙 비어 픽처스 컴퓨터 과학의 선구적 인물 앨런 튜링이 나치 독일의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모조 게임’. 천재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비운의 천재 앨런 튜링을 연기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유난히 천재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 같다. <셜록 홈즈>에서 날카로운 추리와 논리를 보였다면 <모조 게임>에서는 ‘전쟁을 멈추는 암호 해독’이라는 긴박하고 복잡한 심리전을 보여준다. 시대와 불화를 겪은 앨런 튜링의 고독과 외로움, 이상을 향한 격렬한 몰입도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고지식할 정도로 한 분야에 빠진 앨런 튜링은 남들보다 기계와 깊이 소통했고 혼란스러웠던 시절에는 그의 정체성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세상이 자신을 외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순수한 고집으로 결국 세상을 구했다. 가장 위대한 천재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일지도 모른다.《히든 피겨스》 (2016) / 타라지 P. 헨슨 (캐서린 존슨 역)
이미지: 폭스 2000 픽처스 NASA의 첫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정된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실화를 그린 히든 피규어스. 배우 겸 성우 타라지 P행성이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을 연기했다. 캐서린 존슨은 6학년으로 대학에 입학한 능력자로 이후 NASA의 인간 컴퓨터 계산원으로 고용됐다. 인종과 성별을 무너뜨린 천재성, 강인함, 용기로 NASA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캐서린은 여러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완벽주의자다. 천문학적인 숫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유능함,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진취성이 높은 P행성의 열연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위대한 여정을 함께한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와의 연기 앙상블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배드 지니어스> (2017) / 추티몬 츄엔 찰로엔스키잉 (린 역)
이미지 : 조르콴 필름스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답안지로 전 세계를 속이고자 하는 천재 소녀의 커닝 범죄를 그린 <배드 지니어스>. 엄청난 기억력과 빠른 임기응변을 가진 천재소녀 린이 유학비를 모으기 위해 비상한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시험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태국 배우 추티몬 추엔샬로엔스키잉(옥밥)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천재 소녀 린 역을 맡아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옥밥은 이 작품으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완성도와 오락성을 모두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돌파한 천재 신인의 풋풋함과 열정을 만날 수 있다.〈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 최민식(이학선 역)
이미지 : 조이래빗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와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는 소년의 관계를 그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대한민국 톱 배우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인 최민식이 천재 수학자를 맡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으로 천재 연기를 선보였다. 선생님과 사이코패스, 소시민과 범죄자, 깡패와 예술인을 넘나들며 모든 배역과 장르를 소화해온 최민식에게 ‘천재 배우’라는 수식어는 아깝지 않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어려운 수학 공식을 척척 외우는 천재적인 면모와 사려 깊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 뒤에 거대한 열망을 가졌다는 점이 깊고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 최민식과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강렬한 감정 표출과 무게감이 돋보이는 장르 연기보다 한층 편안하고 친근해진 최민식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만나보자.테일러컨텐츠에디터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