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현지 시간 4월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배우 윤여정씨가 국내 최초로 여우조연상(Academy Award for Best Supporting Actress)을 수상함으로써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도 국내 팬들에게 아카데미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오늘은 오스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하면 흥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20 14) 북미에서 보면, 오스카가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는 2014년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후 총 수익률 90.4% 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어 제로 다크 서티(2012)로 90.2%의 수익을 올렸고, 멋진 드레서(1983)는 89.4%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오스카의 후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뷰티>와 같은 경우를 보면, 이 영화는 1999년 9월 15일에 개봉했고 오스카 발표 전까지 7천5백만달러를 기록하며 흥행 성적이 최고였습니다. 그런 이 영화가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단 7개에 불과했던 극장이 1287개로 확장되면서 박스오피스 순위도 54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최종적으로 박스 오피스는 1억3천만달러를 기록했고, 그 중 43%는 오스카 수상 후에 나온 결과였습니다.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 후의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12위에서 4위로 급상승합니다. 당시 버라이어티(Variety) 기사를 보면 주말 동안 550만달러로 234% 증가해 지난 10년간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중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또 시상식 후 7일 동안 880만달러를 벌어들여 국내 집계의 20%를 차지했다. 이건 비영어영화로서 대단한 결과일 겁니다.
<기생충>(2019)에서는 한국 시장은 어떨까? 올해의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노마드랜드는 4월 15일에 한국에서 개봉하여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영화입니다. 오스카 전인 25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2.8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9위를 차지했습니다. 오스카로 작품상을 수상한 월요일에 6위에 올랐지만 얼마 가지 못해 수요일엔 다시 9위로 떨어집니다. 미나리도 5위에서 2위로 상승하고 관객 수는 회복세지만 이것도 미미한 수준이에요. 지난해 기생충은 2019년 5월 7일 개봉돼 오스카 이전에 이미 한국 관객 수 중 최대치인 천만을 넘긴 이후의 오스카 수상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4월 29일 기생충 흑백판이 공개되기까지 20만 명이 더 걸렸을 뿐이에요. 2019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그린북>은 1월 9일 국내 개봉, 2월 24일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합니다. “이전 누적관객 수는 30만 명이고, 수상 후 한 달 동안 10만 명이 더 들었을 뿐입니다.” 2018년 <쉐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형태> 때도 마찬가지로 수상 후 한 달 동안 18만 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역대 첫 호명 미스 해프닝이 있었던 2017년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 이 영화는 오스카 시상식 직전인 2월 22일에 개봉되어 아카데미 효과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한 달여 동안 13만 관객을 동원하여 최종 누적 관객수가 18만 명에 그칩니다. 결국 국내에서 오스카의 후광은 미미합니다.
<노마드 랜드>(2020) 미국 인터넷 마케팅 연구기업 컴스코어(Comscore)의 수석 미디어 애널리스트인 Paul Dergarabedian은 “오스카 후보로 지명되면 영화 흥행 전망을 높일 수 있지만, 그것도 개봉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왜냐하면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보려는 의도가 있는 잠재적 관객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국내 시장은 오스카가 끝나면 3월 비수기 시장에 들어갑니다. (올해 오스카는 4월에 열렸습니다만, 보통 2월 말, 3월 초에 열립니다) 시장이 작아지고 잠재적 관객도 줄어 오스카의 후광 효과가 눈에 띄기 어렵지 않을까요.
한편, 최근의 오스카의 후광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존재로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스카는 ABC방송에서 독점 중계를 하고 있는데 올해 시청자 수는 985만 명으로 지난해 2360만 명에 비해 58% 정도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시청자 수를 보더라도 지난 20년간 평균 3796만 명을 유지하던 시청자 수가 작년과 올해는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팬데믹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꼽고 있습니다.(출처:statista.com)올해 오스카에 후보에 오른 작품 수로 보나 넷플릭스(넷플릭스)는 2019년 미국영화협회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아카데미 출품이 가능해졌습니다. (편집자)오리지널이 7개, 디즈니가 5개, 워너3개, 소니2개로 전통 스튜디오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 뿐만 아니라 올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노마드 랜드’의 경우 2021년 2월 19일 북미에서는 영화관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루’로 서비스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플루입니다. 아카데미의 백효과를 프루가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오스카가 극장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고 스트리밍 및 온라인의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저자 이하영 하필름즈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