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흥행 걸림돌 그들만의 배타성

축구 관련 글을 작성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시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현실이 현실이라 축구 보는 시간 자체를 만들기에 조금 바빴다. 내 권유로 축구를 함께 보기 시작한 친구들은 해외축구는 이미 나보다 훨씬 전문가 수준을 넘어 해설위원급 이상의 지식을 쌓았고 나름대로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k리그까지 정보력으로 밀릴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신 트렌드에서의 업로드 지연일 뿐 축구 자체에 대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멈춘 적은 없었다. 어쨌든 이번 주제는 거의 한 달 반이 지났지만 6월 19일 발생한 슈퍼매치 팬 폭행 사건에 대한 비판과 함께 평소 생각했던 k리그 대중화, 한국에서 축구 대중화를 위한 바람직한 지원 방향에 대해 써보고 싶다.

이 글에서는 수원 삼성 서포터스 소회의 FC 서울 청소년 팬 폭행 사건에 대해 전말을 밝히며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애초에 그 사건을 자세히 정리하려고 만드는 글이 아니야. 다만 필자와 같이 K리그에 대해 지속적으로 팔로우하지 않는 분들이 있으므로 사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수원 삼성 서포터스 모임 중 하나인 스컬 모임 임원들이 슈퍼매치 경기 당일 북쪽 게이트에서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미성년자 팬을 들어 땅에 내동댕이치는 등 형법에서도 민법에서도 일방적인 피해를 주는 폭력행위를 주도했다.이후 이 사건은 9시 스포츠뉴스에 보도되기에 이른다.그러나 가해자들은 이후 “같이 점핑을 하려고 했는데 그랬다”는 등의 엉뚱한 헛소리를 늘어놓았고 수원 삼성 구단도 강경하지 않은 대처와 반발이 거세지자 징계 수위를 높이는 등(2년 출입금지 > 영구출입정지)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형성하게 된 필자의 생각과 섞어 써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를 선택한다면 아마 축구 국가대표 경기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은 야구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것이다.이는 수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 관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프로야구는 연간 700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고 롯데 두산 LG 같은 전통의 인기팀은 연간 100만 관중 이상을 동원한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전성기로 불리던 시절에도 FC서울이 연간 340만 가량의 홈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유료 관객으로 그 수를 한정하면 더 작아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마지막 시즌인 2019년 기준 프로야구는 약 730만명, 프로축구는 1, 2부를 합쳐 약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에서 프로축구의 인기는 야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축구(k리그)의 인기가 없는 이유로 정말 많은 것이 거론돼 왔다. 지역 연고 부족, 투자 부족, 미디어 노출, 실력 부족, 내부 비리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맹은 매우 많은 부분을 개선했고 팬들도 이는 인정하는 부분이다. 유튜브 쇼츠, 각종 포털 사이트에 업로드되는 재미있고 재치 넘치는 제목과 편집을 거친 영상, 피온4 같은 축구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k리그 선수들, 쿠팡플레이와의 계약을 통한 중계권료 확대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연맹 탓’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번 팬 폭행 사태로 드러난 k리그의 문제점,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향유하는 팬문화에 대한 문제점은 응원문화라는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있다. 필자는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도 매우 좋아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응원해 온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을 가끔 찾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야구는 팬들을 끌어들이기에 정말 좋은 응원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응원단장의 주도 아래 신나는 음악을 틀고 응원봉을 흔들며 유명곡에 맞춰 간단하게 개가를 함께 부른다.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소속감과 기쁨을 낳기에 충분하다. 반면 축구는 솔직히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와일드함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라이트 팬이 처음 축구장에 와서 야구장과 비슷한 경험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2019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의 응원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한국적 정서와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축구 응원은 기본적으로 유럽과 남미 지향적이다. 이러한 응원은 매우 열정적이어서 때로는 훌리건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사고를 치기도 한다. 이러한 응원이 가능하려면 축구팀을 응원하는 지역의 충분한 역사와 전통이 필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저응원의 정당성을 완전히 용인하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마치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에 대패했을 때 사람들이 욕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듯이 그런 라이벌을 형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반인들, 즉 축구 규칙 정도를 알고 가끔 국가대표 경기를 보고 축구게임을 하거나 메시 호날두 모드리치 레반도프스키 정도를 아는 라이트한 관중에게 과연 k리그 서포터들의 응원은 어떻게 비칠까. 영어도 아닌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산스크리스트어를 섞어가며 응원 구호를 외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파울 상황이 되면 욕설이 난무하고 나가라는 구호를 쏟아내는 서포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그 일원이 돼서 같이 구호를 외치고 싶기보다는 그냥 구경만 할 거야. 더 심하면 다음에는 안 올 수도 있어.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슈퍼매치로 현실이 되었다. 이는 유럽의 응원문화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다. 그런 응원은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면 국내 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불어 국내에서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신기한 인식이 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해외 축구 커뮤니티에서 눈에 띈다. 뭔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정보를 언급하면 축구를 모른다고 한다. 이는 아마 해외 축구 커뮤니티 연령층이 프로야구보다 낮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본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기는 정말 어렵다. 축구장에서 야구장 응원으로 느낀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정말 부끄럽게도 화를 내는 바람에 글이 정리되지 않는다. 어쨌든 요지는 프로축구 응원은 좀 더 대중화할 필요가 있고 쓸데없이 유럽, 남미 울트라 흉내를 내며 험악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체적으로 축구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관대해지는 태도가 팬들 전체적으로 요구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해 수원 삼성의 팬으로서 FC 서울을 비롯한 모든 구단 팬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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