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과 꼼꼼히 체크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본방송은 볼 수 없지만 친절하게 바로 앞의 것까지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허영만의 정식집>이다. 최소 50년 이상의 전국 노포를 찾아 허영만이 연예인 1명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허영만씨 특유의 편안함도 있지만 굳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맛있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경각심을 푸는 느낌을 받는다.
음식을 한입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 추억담을 나누고 있다. 어제는 어릴 적 TV 주말연속극에서 자주 봤던 배우 김창숙씨가 나와서 ‘누룽지 백숙’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백숙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어머니의 부엌이 그려지다. 회사에서 식사 후 졸음 때문에 점심을 항상 거르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항상 저녁을 정성껏 준비했다. 결혼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음식 ‘카레’가 전부였던 어머니는 우리가 한동안 학교 다닐 때 요리에 진심을 담았다. 잘하지 못하는 요리는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라는 당시 유명했던 요리책을 펼쳐 메모를 하면서 그날그날의 특식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온 가족이 좋아하는 특식이 있었으니 바로 백숙이다. 이렇게 따뜻해졌지만 꽃샘추위에 몸이 움츠러들 무렵에는 어머니가 하는 특식이었다.
삼계탕처럼 인삼이나 한약재를 넣지 않았다. 우리 집 닭백숙은 생마늘 몇 알 정도 재료가 간단했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은색에 빨간색, 검은색 네모 무늬가 들어있는 압력솥에 어머니는 다섯 식구가 사랑스럽고 먹음직스러운 큰 닭을 넣었다.”아빠 어디쯤 오는지 머리를 긁어봐요~” 당시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저녁을 준비하면서 어머니는 머리 가마가 자라고 있는 부분을 긁으면서 어디쯤 오는지 가늠해보라고 했다. 머리를 긁어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 여기까지 왔어~”라며 이마 앞까지 긁으며 거의 왔다고 알리는 나였다.
그리고 늘어지지 않은 베란다 문으로 아빠가 보이는지 밖을 둘러봤다. 어둠이 내려오는 밤이 되어도 아버지가 퇴근하기 전까지 우리 집 거실 암막 커튼을 닫지 않았다. 산을 깎아 만든 위치에 있고 13층짜리 아파트 정상에 있는 집이었던 우리 집은 멀리서도 보였다. 퇴근길에 불이 켜진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아버지의 말에 우리 집 커튼은 아빠 퇴근 전 절대 닫히는 일이 없었다.
‘쉬쉬쉬쉬’ 압력솥의 추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내려가 재빨리 완성된 백숙을 접시에 식히는 엄마였다. 뜨거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를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왜 그럴까? 매일 보는 아빠였지만, 아빠의 퇴근은 언제나 기뻤어! 초등학교까지는 계속 “아빠다!”라며 안겼던 기억이 슬쩍 나온다.
퇴근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부탁했다. 같이 먹게 되면 남이 먹지 못하거나 양만큼 먹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닭발부터 돌보는 엄마였다. 우리 삼형제도 부지런히 소금 후추에 닭고기를 찍어 먹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닭고기보다 기다린 건 백숙하고 나온 하얀 닭고기 국물에 밥을 넣어 먹는 순간이었다. 살짝 기름이 뜬 국물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흰쌀을 먹다 보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깍두기라도 있으면 금상첨화, 국물 미끈미끈~ 그렇게 먹으면 몸이 좋아질 것 같았다.

우리 보양식 닭백숙 때 기분 탓일까? 나는 전업주부가 되어도 몸이 약하다고 느낄 때 닭백숙을 한다. 삼계탕도 반조리 제품이 자주 나오는 시대인데 닭을 사와 직접 비계를 발라 손질하고 우리 집의 아담한 압력솥에 닭을 넣어 백숙을 한다. 남편이 백숙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야근, 회식하는 날 우리 집 저녁 특식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에도 반드시 닭백숙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치킨도 좋아하지만 백숙도 아주 좋아한다. 내가 고기만 바르면 그 고기를 소금, 후추에 찍어 먹는 모습을 보면 어미새 옆의 작은 새가 아닐 수 없다. 닭고기를 한참 먹고는 어머니의 닭국 닭국이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미리 어린이 국그릇에 식히려고 펼쳐놓은 국물에 밥과 살코기를 함께 말아준다. 그 국물을 술술 맛보며 “따뜻해!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들, 내가 커서 받은 사랑을 이렇게 음식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컸을 때 나와 이렇게 다정하게 앉아 닭백숙을 먹던 풍경을 추억을 안고 살아가기를, 나도 이 사랑의 기억으로 차가운 시간을 버텼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러길 바란다.7시쯤부터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버지의 저녁상을 차렸다.그때 어머니가 특별히 만드신 요리를 잊을 수 없다. 그걸 자꾸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아. 새우를 잘게 썰어 쫄깃한 것을 식빵 사이에 넣고 튀긴 요리는 정말 황제의 요리처럼 보였다. 그 당시 어느 집에서도 그런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버지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거의 완벽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곳에는 어떤 시선도 새어나오지 않았던 우리 가족만의 낙원이 있었다.엄마 박완서의 주방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 허원숙 – ^^위 에세이는 돈 사연카페(아래 링크)에 동시 게재됩니다. 카페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http://cafe.naver.com/passionate/10140 오랜만입니다~cafe.naver.com
